미루기 환자들에게는 이상한 특징이 있다. 무슨 일 이든 미루고 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만 골라서 미룬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행동이 굼뜬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손발이 잰 경우가 많다. 그런데 꼭 차근차근 계획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 일에는 잰 손발을 활용하지 못한다. 왜 그러는 걸까?
세상과 싸워 이기려면 자기 자신부터 이겨야 한다.
성공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미루는 버릇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루는 버릇은 여러 복잡한 심리적 요인을 포함하고 있어 힘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아무리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봐도 소용이 없는 것처럼 이럴 때에는 보닛을 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미루기 환자인가?
역사적으로 위대한 창작가들 중에 미루는 버릇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이 중 일부는 이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경우 매일 글을 쓰기 전 항상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한다. 남보기 부끄러운 차림을 하고 있어야 글을 쓰다 말고 외출하는 일 없이 얌전히 서재에서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허먼 멜빌 역시 심각한 미루기 환자로 유명했다. [모비딕]의 종반부를 집필한 무렵 그는 아내에게 쇠사슬로 자신을 책상 앞에 묶어두고 목표한 진도를 나가기 전까지 절대 풀어주지 말라 부탁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미루는 버릇과 창의력이 연관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에 관한 연구 결과가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늑장을 부릴 때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게 되는데 이러한 '걱정'이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일을 미루는 행동이 초래하는 나쁜 결과는 모든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회사에서 협업을 하는 경우 일을 미루면 남들에게 큰 폐를 끼치게 되므로 더 이상 '예술가 기질'을 핑계로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
첫 번째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뒀다가 막판 스퍼트를 내고 싶어 하는 유형이다. 어떤 이들은 중요한 마지막 순간에 단숨에 일을 끝내는 느낌을 즐기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늑장을 부리면 스스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뿐더러 좋은 결과도 보장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도피 심리에서 비롯된 미루기 환자다. 해당 유형의 미루기 환자는 습관적으로 어떤 일을 끝내고 나면 비판과 실패를 마주하게 될 거라는 가설을 세운다. 이처럼 항상 두려움을 가득 안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해 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를 이유로 늑장과 도피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을 미루는 유형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세 번째는 선택의 어려움으로 미루기 환자가 된 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쉽게 고민에 빠지고, 또 자신의 결정에 쉽게 동요한다. 이런 유형은 자신이 한 모든 선택이 옳은 것 같다가도 이내 그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점점 일을 미루며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특징이 있다. 어떠한 일에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특히 더 하다. 그 일이 가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일을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유달리 충동적이고 스릴을 즐기는 유형이다. 이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더 재미있고, 더 흥미로운 일을 찾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그만큼 한눈을 잘 팔고 시간 개념도 부족한 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지만, 싫어하는 일을 할 때에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해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미룬다.
미루는 버릇을 고치고 싶다면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원숭이를' 이겨라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원숭이'가 살고 있다. 이는 심리학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종의 비유인데 당장을 즐기려는 우리의 일면을 대표한다. 녀석은 우리의 '대뇌변연계'에 살고 있는데, 대뇌변연계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대뇌의 한 부위다. 반대로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사고는 '전전두피질'이라는 부위가 관장한다. 전전두피질은 인간이 다른 포유류 동물보다 훨씬 진화하고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로, 정보의 분석과 정리 그리고 계획과 결정 등을 담당한다. 미루려는 병을 고치려면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지는 사그라질뿐더러 피로감을 안기는데,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원숭이는 우리가 피로를 느낄 때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원숭이를 놀이공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사실 원숭이와 게임을 하면서 녀석을 길들이는 게 목적이다. 즉, 목표를 설정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적은 다음 게임의 규칙과 시간을 정해야 하는 뜻이며 결과로는 보상으로 보답해야 한다.
'집을 지으려면 벽돌을 쌓아 올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말의 중요한 요점음 바로 '행동'이다. 사실 , 목표는 설정했지만 계획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해 일을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큰 임무를 세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0분 또는 60분 일하고 10분 쉬기'등과 같이 되도록 일정표를 만들어 합리적으로 일을 안배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데 그럴 때는 어찌해야 하나 묻고 싶을 것이다. 물음의 추천 방법은 바로 '자신을 믿고 일단 첫발을 내디디는 것'이다. 일단 조금이라도 움직여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숭이는 움직이길 좋아하니 녀석을 데리고 함께 움직여라. 그리야 녀석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