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화를 위한 첫 조치로 노조에 회계장부 자율점검을 요구했지만
60%가 넘는 노조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의 불응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노동계 갈등이 격해지는 가운데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거대 야당이 국회 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노란 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노사법치주의와 정면충돌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용부는 16일 전국 대형 노조들에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 보존 의무를 자율점검해 보고하도록 조치한 결과 대상 노조 중 36.7%(120곳)만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간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노조 회계 투명화를 예고한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보름간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국내 노조와 노조연합단체 327곳에 자율점검을 요구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63.3%에 이르는 나머지 207곳의 노조는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했다. 54개(16.5%) 노조는 아예 자료 일체를 내지 않았다. 153개 노조는 표지는 제출하면서 내용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다. 정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상급 단체 지침에 따라 정부 요구에 조직적으로 불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회계 투명성과 관련한 법을 위반해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자료를 제출한 노조 120곳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경우 그대로 절차를 끝내고 207곳에 대해서는 노조법 위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17일부터 시정기간 14일을 부여하고 시정기간이 지나면 이르면 다음달 15일부터 과태료 부과 절차가 시작된다.
노란 봉투법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이다.
야당이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시킨 개정안은 2조를 바꿔 하청 기업 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갖는' 원청 업체까지 확대시켰다. 또 합법적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장시켰다.
또 3조를 개정해 쟁의행위에 따른 기업의 손실에 대해 배상 청구를 제한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가 아닌 개별 참가자의 구체적 행위와 피해를 입증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노조의 비협조는 이미 예견된 바 있다. 한노총은 7일 산하 노조에 회계 자료 요구에 대한 대응 지침 공문을 보내 △비치대상 항목은 사진 및 서류의 ‘표지’ 제출 △보존대상 항목은 3년 간 연도별 ‘표지’ 제출 △증빙자료 중 ‘내지’ 등 민감한 내부정보는 제출하지 않음 △부당한 현장방문 및 자료제출 요구는 거부하고 즉각 신고하라고 했다. 민노총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재정 자료는 정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용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약 한 달간 노조가 재정 상황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했다. 이에 대한 최종 점검 자료를 공개토록 한 것이지만 주요 노조들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반년에 한 번 회계감사를 실시토록 해야 하고, 회계감사 결과를 조합원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또한 주무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노조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된 자료가 미진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노조의 사무실로 현장 점검을 나갈 수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감독관은 노조를 수색할 권한이 없지만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엔 그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법 22조는 “행정청은 질서위반행위가 발생하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당사자의 사무소 또는 영업소에 출입하여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한편 국회에서는 노조의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감사원의 자격 조건을 상향하는 법안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현재 노조 대부분은 내부 추천제를 거쳐 회계감사원을 뽑는데, 이를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자로 한정하자는 것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개정안은 노조 회계감사 결과를 독립된 외부감사인에 감사받도록 하고, 재정 관련 서류 보존기관을 확대하며, 조합원 열람청구권을 강화하고, 감사자료를 행정관청에 의무보고토록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노조는 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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